고금소총 –361화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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스님과 선비의 농담
(有一釋老)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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나이 많은 한 스님이
있었는데, 겉으로 보기에는
몸이 마르고 볼품이 없었지만
행동은 수양이 되어서
매우 정결했다.
.
뿐만 아니라
불교 경전에 대해서도
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.
하루는 스님이
길을 가다가 시장에 가는
한 노인을 만났는데,
이 노인이 암소 등에
닭을 넣은 둥우리를 싣고,
그 고삐를 잡은 채
소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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이에 스님도
노인과 이야기를 하면서
함께 나란히 걸어갔다.
그렇게 한동안 가다 보니,
소가 오줌을 누느라
길가에 멈춰 서는 것이었다.
.
이에 노인과 스님도
함께 소 뒤에 서 있자니,
마침 한 선비가 다가와서
스님을 희롱하듯 말을 걸었다.
"옛말에 이르기를,
寧爲鷄口 毋爲牛後
(영위계구 무위우후)
'차라리 닭의 입이 될지언정,
소의 뒤는
되지 말라'고 했습니다.
.
그런데 어찌하여
'우후(牛後:소의 뒤)'랍니까?
그러니 내 이제부터 스님을
“우후선사(牛後禪師)'라
부르겠습니다."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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그러자 스님은
빙긋이 웃으면서
이렇게 응대했다.
"이 늙은 중도 선비를 위해
한 말씀드리겠습니다.
옛날 중국 당대(唐代)의
시인인 조하(趙河)가
長笛一聲人依樓
(장적일성인의루)
'긴 피리 소리 한 가닥 울리니,
길손이 누각에 의지하네.'라는
시를 지었지요.
.
그런데
이 시가 워낙 유명하니,
그 시의 한 부분을 따서
그를 '조의루(趙依樓)'라고
부르게 되었답니다.
.
또한 구장로(龜長老)는,
松老巖邊月古今
(송로암변월고금)
'소나무는 바위 가에서
늙어가고 있건만,
비치는 달은 고금이 같구나.'
라는 시를 지어서,
역시 그 가운데
'월고금(月古今)'을 따와서
'月古今 長老(월고금 장로)'로
불리고 있답니다.
이와 같이 어떤 시(詩)나
말이 좋을 때
그 한 부분을 따서
부르는 관례가 있으니,
지금 '우후(牛後)'라는
좋은 말을 한 선비에게
'우후조대(牛後措大)라는
호(號)를 붙여 부르겠습니다."
.
이에 선비는 탄복을 하고,
마침내 스님을
방외(方外) 친구로 삼아
친하게 지냈더라 한다.
.
주(註)조대(措大) : 유학자들은
그렇게 표현하지만,
보통 사람들이 쓰는
일반적인 말로는
'샌님'과 비슷한 것임
출처: http://kydong77.tistory.com/15739 [김영동교수의 고전& life]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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