유머

스님과 선비의 농담 (有一釋老

이덕형 2018. 9. 12. 13:20





고금소총 361

 .

스님과 선비의 농담

 (有一釋老)

. 

나이 많은 한 스님이

있었는데, 겉으로 보기에는

몸이 마르고 볼품이 없었지만

행동은 수양이 되어서

매우 정결했다.

뿐만 아니라

불교 경전에 대해서도

통달하지 않은 것이 없었다.

 


하루는 스님이

길을 가다가 시장에 가는

한 노인을 만났는데,

이 노인이 암소 등에

닭을 넣은 둥우리를 싣고,

그 고삐를 잡은 채

소 뒤를 따라가고 있었다.

 .

이에 스님도

노인과 이야기를 하면서

함께 나란히 걸어갔다.

그렇게 한동안 가다 보니,

소가 오줌을 누느라

길가에 멈춰 서는 것이었다.

이에 노인과 스님도

함께 소 뒤에 서 있자니,

마침 한 선비가 다가와서

스님을 희롱하듯 말을 걸었다.

 

"옛말에 이르기를,

寧爲鷄口 毋爲牛後

(영위계구 무위우후)

'차라리 닭의 입이 될지언정,

소의 뒤는

되지 말라'고 했습니다.

그런데 어찌하여

'우후(牛後:소의 뒤)'랍니까?

그러니 내 이제부터 스님을

우후선사(牛後禪師)'

부르겠습니다."

그러자 스님은

빙긋이 웃으면서

이렇게 응대했다.

"이 늙은 중도 선비를 위해

한 말씀드리겠습니다.

옛날 중국 당대(唐代)

시인인 조하(趙河)

 


長笛一聲人依樓

(장적일성인의루)

'긴 피리 소리 한 가닥 울리니,

길손이 누각에 의지하네.'라는

시를 지었지요.

그런데

이 시가 워낙 유명하니,

그 시의 한 부분을 따서

그를 '조의루(趙依樓)'라고

부르게 되었답니다.

또한 구장로(龜長老),

松老巖邊月古今

(송로암변월고금)

'소나무는 바위 가에서

늙어가고 있건만,

비치는 달은 고금이 같구나.'

라는 시를 지어서,

역시 그 가운데

 '월고금(月古今)'을 따와서

'月古今 長老(월고금 장로)'

불리고 있답니다.

 


이와 같이 어떤 시()

말이 좋을 때

그 한 부분을 따서

부르는 관례가 있으니,

지금 '우후(牛後)'라는

좋은 말을 한 선비에게

'우후조대(牛後措大)라는

()를 붙여 부르겠습니다."

이에 선비는 탄복을 하고,

마침내 스님을

방외(方外) 친구로 삼아

친하게 지냈더라 한다.

.

()조대(措大) : 유학자들은

그렇게 표현하지만,

보통 사람들이 쓰는

일반적인 말로는

 '샌님'과 비슷한 것임

출처: http://kydong77.tistory.com/15739 [김영동교수의 고전& life]


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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